정부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권리헌장을 선포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발효된 지 27년, 우리나라가 이 협약을 비준한 지 25년 만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헌장이 선포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에 제정된 아동권리헌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주요 내용을 ‘전문’과 ‘9개 조항’에 정리해 담았다. 아동(18살 미만 어린이·청소년)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존엄과 권리를 지닌 독립된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이 전문에 담긴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이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15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동을 표현의 자유와 의사 결정의 권리 주체로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학교·가정·사회에서 두루 적용해야 할 조항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아동권리헌장 선포와 함께 인용한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은 폴란드(79.7), 루마니아(76.6)보다 훨씬 낮은 60.3을 기록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일 발표한 ‘2016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결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연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22개국 중 최하위였다. 이 조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어린이·청소년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자살 충동을 3회 이상 경험한 경우도 5%를 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이 불행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번 아동권리헌장 선포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실천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가정과 학교가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교육·복지 제도가 아동의 행복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아이를 한 명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어린이들이 권리의 주체로서 바르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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