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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책은행 자본 확충, 정부 재정 투입이 순리다

등록 2016-05-04 19:45

부실기업 여신을 많이 갖고 있는 국책은행들이 거액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첫 회의를 열어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안을 짜기로 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에 못지않게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때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 집행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4.2%, 수출입은행은 10.0%다. 당장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 여신이 아주 많다. 하나금융투자가 분석한 바를 보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5개 부실업체에 대한 대출이 ‘고정 이하’(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되는 여신)로 분류되면 두 국책은행은 6조6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자본이 그만큼 감소하고 재무상태가 나빠지므로 자본을 미리 늘려놔야 향후 기업 구조조정을 이어갈 수 있다.

자본확충이 누가 책임져야 할 몫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두 국책은행은 정부가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정부가 이끌어왔다. 부실이 커져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졌다면, 뒷감당해야 할 곳도 당연히 정부다. 정부 보유 재산을 현물출자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진다면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가 보증하는 특수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래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런데도 몇 걸음 건너뛰어 한국은행더러 나서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경제가 위기 상황이고, 신속히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이 이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말대로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면 추가경정예산은 왜 편성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걸 잘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면 야당이 협력하지 않을 리 없다. 이런 절차를 제쳐두고 한국은행이 나서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마저 회피하겠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경색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몫이다. 정부와 잘 협력하되, 통화당국으로서 책임을 망각한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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