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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정은 시대’ 선언한 북한

등록 2016-05-06 19:13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가 6일 시작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권력을 장악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선언하는 무대다. 김정일 위원장이 1인자로 군림한 17년여 동안 당대회가 한 차례도 없었던 것과 대비가 된다.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업적을 나열하며 그를 ‘21세기의 위대한 태양’ 등으로 치켜세운다. 무엇보다 핵실험, 장거리 로켓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 강국’ 과시가 그의 치적으로 꼽힌다. 평양 여명거리(미래과학자거리) 조성,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준공, 최근까지 계속된 ‘70일 전투’ 등도 거론되지만 큰 업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런 사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고통을 겪었다. 한마디로 김정은 시대의 상징은 핵이다. 그가 내세운 핵·경제 병진노선은 실제로는 핵 우선 노선이 돼 경제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 깊어지고 있다. 1980년 열린 6차 당대회 때는 118개 나라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석했다. 중국 국가부주석과 러시아 정치국 위원 등 정상급 외빈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언급할 만한 외빈을 볼 수가 없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도 냉랭하다. 북한이 아무리 김정은 시대를 선언하더라도 박수를 쳐줄 나라가 없는 게 현실이다. 많은 북한 주민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김정은 우상화’를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공존하면서 경제발전을 꾀하려면 핵 문제에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 당대회는 이를 위한 좋은 기회다. 100명 이상의 외신기자가 평양에서 이번 대회를 취재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들 앞에서 비핵화 의지와 북한 경제의 개방·개혁 방침을 분명히 밝힌다면 국제사회는 그와 북한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기존 노선을 강화할 뿐인 김정은 시대 선언은 내부 모순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관련국들은 이런 추세를 지켜보기만 할 게 아니라 큰 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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