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7차 대회 결산보고에서 군사당국회담을 열어 남북 간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자고 남쪽에 제안했다. 남북관계가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파탄이 난 상황에서 북한 최고 통치자가 직접 대화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김 제1비서가 결산보고에서 남과 북을 ‘통일의 동반자’라고 지칭하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촉구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이 이 선언들의 의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남북 경색 국면을 풀어나가는 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남한 정부를 향해 강경 발언을 계속해오던 북한이 이날 남쪽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부드러운 어조로 대화와 협상을 이야기한 것도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정부는 북한의 제안을 ‘의미 없는 평화공세’로만 보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핵실험에 따른 국제적 제재 국면을 돌파하려는 차원에서 남쪽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정이 그렇더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4일 북한의 당대회를 앞두고 비공개로 한국을 다녀간 것도 허투루 보아 넘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클래퍼 국장은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경우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물밑교섭 가능성의 징후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선 핵폐기’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남북 대치의 장기화는 남과 북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한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돌파구가 하루빨리 열릴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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