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6~7일 이틀에 걸쳐 열린 제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무려 7만2천자에 달하는 장문의 문서를 내놨다. 그러나 김 제1비서가 미리 예고했던 ‘휘황한 설계도’는 찾기 어려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 후계자로 등장한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의 당대회이고, 실질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정치행사라는 점에서 안팎의 큰 관심을 끈 것에 비하면, 새롭거나 놀라운 내용은 없었다.
우선 김정은 제1비서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우리 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노선”이라고 규정했다. 또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사회주의 강국을 하루빨리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지위를 ‘책임 있는 핵 보유국’이라고 전제한 뒤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유엔 제재 등 어떤 압박을 하더라도 핵무장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김 제1비서가 ‘비핵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끌긴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라면 그 언급도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김 제1비서가 경제와 민생을 매우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 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인민경제를 활성화하고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국가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외무역 구조 개선, 경제개발구 운영 활성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확립, 사회주의 기업관리책임제 즉각 실시 등을 제시했다.
김 제1비서는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김정은 시대의 강령으로 천명했지만,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모순을 돌파할 묘안은 내놓지 못했다. 기껏해야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같은 의지를 강조하는 것에 그쳤다.
결국 김정은 시대의 성패는 핵 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 속에서 인민의 생활을 개선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의 사업총화 보고는 그런 해답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