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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질적 총수’ 이재용 부회장, 등기임원 맡아야

등록 2016-05-09 19:10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사실상 이끈 지 10일로 2년이 됐다. 이 부회장 체제 2년 동안 삼성은 석유화학·방위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 6곳을 매각하는 등 발빠르게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기업 문화를 혁신하려는 노력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둘러싸고 도덕성 시비를 빚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은 행사하면서도 계열사 등기임원직은 전혀 맡지 않고 있어 아직 구태를 다 벗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주력사업 재편은 신선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계는 기업이 부실해진 뒤에야 계열사를 떠넘기는 식으로 정리해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달리 삼성은 향후 주력으로 삼지 않을 업종의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매각하고, 바이오산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를 위한 단기 실적 만들기에 매달리지 않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 계열사 합병이나 지분 거래는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것이다. 어렵게 성사는 됐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은 이 부회장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주주들의 적잖은 반발을 샀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에스디아이가 매각해야 했던 삼성물산 지분을 3000억원어치 사들인 것도 공익재단을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진행 중인데, 너무 오래 끌지 않기를 바란다. 이 부회장의 선택에 따라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 부회장이 회장직을 언제 승계하느냐는 큰 관심사이긴 하나 경영에 핵심 변수는 아닌 듯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다고 보고 있다.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의사 결정에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을 맡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다. 보수도 공개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베일 뒤에 숨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은둔의 경영자’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등기임원으로 전면에 나서 기업 경영을 사회 이익과 조화시키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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