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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숙제 남긴 채 봉합한 ‘부산영화제 갈등’

등록 2016-05-10 19:26수정 2016-05-10 19:26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새 민간 조직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이 합의로 부산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열릴지는 알 수 없다. 파국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새 민간 조직위원장 후보로 추대된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다. 1996년 부산영화제가 출범할 때부터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전문인으로서 실력과 신망을 갖춘 인사를 새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수긍할 만한 일이다.

부산영화제 내분 사태는 부산시가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데서 비롯했다. 2년 가까이 계속된 갈등의 와중에 전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실상 쫓겨나고 검찰에 고발돼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부당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그 과정에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부산영화제 참가 거부를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영화제 쪽은 총회에서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해 관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부산시는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넘기더라도 시장이 인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 조직위원장 추대 합의는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두고 사태를 봉합하는 일시적 대책 이상이 아니다. 영화제 집행위에서 “이번 합의는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이 보장된 진정한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는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전면적인 정관 개정으로 이 문제를 풀기로 했다는데, 영화인들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영화인들의 불신이 풀리려면 부산시의 확실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불간섭 원칙을 제도로써 구현하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김동호 새 조직위원장 후보가 조만간 열릴 임시총회에서 정관 개정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가 꽃피는 축제가 되는 것이다. 영화인들의 열정이 사라진 영화제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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