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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관 검사’ 수사, 시험대에 오른 검찰

등록 2016-05-11 21:35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중요한 진전이지만, 검찰의 태도는 그리 석연치 않다. 의혹의 핵심은 홍 변호사가 검찰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인데, 수사팀은 수임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탈세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수사가 그 정도에 그친다면 ‘구색 맞추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홍 변호사의 개인 비리 문제로 축소할 일이 아니다. 정씨 사건 처리는 통상의 절차나 정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경위를 엄밀하게 따져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한다. 수백억원대 해외 도박 혐의로 1년6개월여 동안 경찰 내사를 받던 정씨가 2014년 11월과 2015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서 거듭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해외 원정도박 사건은 어느 정도 증거를 갖춘 상태에서 수사에 착수하기 마련이고 정씨 사건에선 제보까지 있었는데도, 검찰은 카지노 쪽 해명만 앞세워 무혐의 처리했다. 일부러 눈감아준 게 아니냐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 결과에 홍 변호사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면 누구를 통한 것인지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씨가 수사 재개 끝에 도박 혐의로 기소된 뒤에도 의혹은 산더미다. 검찰 공소장을 인용한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정씨가 회사 자금을 이용해 도박 빚 정산대금을 세탁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중형이 예상되는 횡령 혐의는 추가하지 않았다. 같은 때 다른 기업인들이 도박 외에 횡령 혐의로도 기소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정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다. 항소심 구형량이 1심 구형량보다 줄어든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일부러 봐주려는 게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상식 밖의 일’이 이어졌다면 ‘누구’ 때문인지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선의 담당 검사 선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으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만큼 ‘상부의 압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들 의혹은 상식에서 나오는 당연한 의심이다. 의혹을 풀자면 검찰 수사는 ‘전관’의 로비뿐만 아니라, 부실 수사와 부실 기소를 강행한 검찰 내부까지 향해야 한다. 주저한다면 특검은 불가피하다. 그리되면 신뢰를 잃은 검찰 조직의 붕괴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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