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비밀회동’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상고 기각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제삼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며, 대화 내용을 보도한 것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망스럽게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국민의 알권리나 보도의 공익성을 깊이 헤아리려고 고심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애초에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두고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당시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이 비밀리에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문화방송 주식을 매각해 특정 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한겨레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여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으로서 의무라고 판단해 보도했다. 이 보도는 한국신문협회가 그해 최고의 기사에 주는 한국신문상을 비롯해 언론 유관 단체가 주는 최고상을 휩쓸었다. 공익성이 그만큼 큰 보도임을 공인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대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특정 후보를 위해 모의한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하고, 최 기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형평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이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무리한 기소였다. 이런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심 법원은 청취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항소심 법원은 청취·녹음·보도 모두 유죄라고 판단해 형량을 오히려 높였다.
이번에 대법원은 하급심의 잘못을 바로잡아 법의 잣대를 바로 세워야 할 판에 원심의 판결이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해주고 말았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공익’보다 관련 인사들의 ‘사익’을 중시한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의 보수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컸는데 이번 판결도 그런 보수 일변도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법원까지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판결을 내린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설 땅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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