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비서실 진용의 일부를 개편했다.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소폭에 그친데다 정책 기조와 정국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신임 비서실장에 이원종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한 것이다. 4·13 총선 패배 이후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혀온 이병기 실장을 바꾼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초 부임한 이 실장은 청와대의 소통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제한된 범위에 그쳤다. 이원종 신임 실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심쩍다. 그는 서울시장과 세 차례의 충북도지사를 지낸 행정전문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더 요구되는 것은 행정력보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이를 대통령에게 전할 수 있는 열린 정치력이다. 이 실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충청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청명회에서 활동해왔다. 친박 세력이 반 총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점찍어온 것과 이번 인사의 관련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안종범 경제수석을 정책조정수석에,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은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안 수석은 2014년 6월부터 경제수석을 맡아 2년 동안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조율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론’이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았는데, 안 수석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정책조정수석에 앉힌 것은 민의를 수용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당내 경선에서 떨어져 국회 진출에 실패한 강 의원을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 역시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두 사람 모두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시절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려왔다. 박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책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인사들을 기용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고 폭도 좁다. 총선 민심을 충실하게 반영하려면 청와대 참모진의 정비를 넘어서 내각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국정 상황에 대한 종합 점검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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