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의 가장 큰 관건은 ‘옥석 가리기’다. 기업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 반면 국민 안전을 위협하거나 환경 파괴를 부르는 규제완화 요구는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정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151건의 규제완화 건의 중 141개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드론·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규제완화가 주목된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구역과 드론 사업 범위를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해서는 안 될 몇몇 분야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도로가 어린이·노인 보호구역 등 일부만 빼고 전국 모든 도로로 확대된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또 드론은 국민 안전과 안보를 해치지 않는 한 모든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드론 기술은 선진국보다 떨어지지 않는데 산업 적용은 한참 뒤처져 있다. 사물인터넷 전파 출력 기준도 현재보다 20배 높여 전국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기존의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신산업 규제완화는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풀어서는 안 될 규제도 끼워 넣었다. ‘의약품 자판기’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약사법을 개정해 자동판매기를 통한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약국이 문을 닫은 뒤에도 환자가 실외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약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약사와 인터넷 화상통화를 먼저 하게 한다지만 지금도 문제인 약물 오남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어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한 규제완화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민간사업자 단독으로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공원은 제외했다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 파괴를 우려한다.
이번 규제완화 방안 가운데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다.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국민 안전과 환경도 지킬 수 있도록 꼼꼼히 따져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