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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적반하장으로 흘러가는 ‘어버이 게이트’

등록 2016-05-19 20:10수정 2016-05-19 22:04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묘하게 돌아간다. 검찰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고발 당사자인 어버이연합 쪽이 개그맨들과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원이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의 <시사저널>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허위’라는 그의 주장을 일축했는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쪽은 19일 더불어민주당 조사단과의 면담에서도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야당의 진상조사 작업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이런 적반하장의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보수우익단체들을 행동대로 내세운 청와대와 국정원 등의 비밀 커넥션 일부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들게 한다. 그런 대형 사건에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 것은 사실상 사건 축소은폐에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밝혀져야 할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어버이연합과 청와대의 관계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뒤늦게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허 행정관의 행적은 시민단체와의 교류협력관계 차원을 넘는다. “이 시민단체들 다 걔 손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추 총장의 발언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야당의 추궁에 “불편하다”고 답변한 전경련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건 아닌지도 밝혀져야 한다.

국정원과의 관계 역시 의문투성이다. 간첩조작 사건이나 ‘박원순 문건’ 등에서 일부 드러났으나 최근 댓글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공개된 증거들은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아무개 심리전단 직원이 우익단체 명의 신문 제작과 배포, 광고뿐 아니라 1인시위까지 조직하며 7개 단체를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사람은 알 수 없는 판사의 원룸까지 찾아가 시위하는 등 탁월한 정보력을 보면, 어버이연합과 국정원의 관계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검찰이 이런 커넥션을 알고 있으면서도 덮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이미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우익단체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 행적은 확인된 바 있다. 어버이연합의 행적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사실이 아니”라는 대통령 ‘지침’ 때문에 증거인멸하도록 늑장을 부린다면 은폐조작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검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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