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남한에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남의 일 보듯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닌데도 우리 정부는 ‘비핵화 조처가 최우선’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앞뒤 꽉 막힌 태도로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북한의 대화 제안 횟수와 방식은 이례적일 정도다. 20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데 이어 21일에는 인민무력부가 ‘5월 말~6월 초’로 실무접촉 시점까지 박아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22일에는 원동연 조평통 서기국장 등도 나서서 대화를 촉구했다. 앞서 6~7일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남북 군사당국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이렇게 잇달아 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것은 핵 보유국이라고 선언한 상태에서 먼저 대화를 제안함으로써 향후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명분 쌓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비핵화 선결’만 반복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은 편협하고 비전략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금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북한에 매달리는 꼴’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어떤 식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가 한반도 평화에 관건이 되는 핵심 사안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대화 통로를 봉쇄한 채 압박만 가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폐기할 것으로 볼 사람은 없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다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그런 대응방안 가운데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남북 대화다. 물론 대화한다고 해서 핵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일은 없겠지만 대화 없이 문제를 풀 수도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이루어진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도 대북 제재와 더불어 정치적·외교적·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6자회담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사이에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포함해 대화로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북한 핵 문제를 국제 공조 속에서 순리적으로 풀어갈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 테이블을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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