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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갈등과 파행 소지 큰 ‘고준위 방폐물 계획’

등록 2016-05-25 20:29수정 2016-05-25 20:29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25일 행정예고했다. 지하연구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장을 한곳에 짓되, 앞으로 12년 안에 터를 확보해 순차적으로 시설을 지어 2053년에는 영구처분장을 가동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터 확보를 2020년까지 하도록 권고했는데 부지 확정 시기를 꽤 뒤로 미뤄놓았다. 부지 선정도 쉽지 않은 일인데다, 그 전에 풀어야 할 문제도 많아 앞으로 갈등과 파행이 일어날 게 뻔해 보인다.

정부는 당면 최대 쟁점인 원전 안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관리시설 확보 시점 이전까지 불가피하게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공론화위원회는 ‘불가피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건식 단기저장시설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2019년 월성을 시작으로, 2024년 고리와 영광, 2037년 울진, 2038년 신월성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원전 안에 이런 단기저장시설은 한번 지으면 자칫 사실상의 중간저장시설이 돼버릴 가능성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2005년 경주 월성 원전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기로 하면서, 방폐장 유치지역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 관련 시설을 경주에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애초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권고부터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것이 못 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위원 선임의 공정성 문제로 시민사회 추천 인사 2명이 출범 직후 사임했고, 이후에도 파행을 거듭했다. 지구촌의 수많은 원전 가동 국가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짓거나 부지를 확보한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뿐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더욱이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은 1983년부터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동안 추진이 계속 무산됐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것은 정부가 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고집스레 연장하려 하고, 신규 핵발전소의 증설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는 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앞으로도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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