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6일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일부 조항이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한 위험성이 없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그 자체로 위헌성이 없어 본격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애초 새누리당의 심판청구 자체가 국회의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낸 것이었으니,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치졸한 일이었다. 헌재의 각하 결정은 당연하다.
헌재가 밝힌 대로 헌법 실현의 일차적 책무를 맡은 국회의 자율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고, 헌재도 심사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새누리당의 이번 청구 자체가 억지라면 더욱 그러하다. 쟁점 중 하나였던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 문제의 경우, 그런 지정동의 자체가 재적위원 과반수라는 서명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애초 표결 대상이 될 수 없었고, 따라서 침해될 표결권도 없었다. 국회의장이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도 의원들의 표결권과는 상관없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직권상정의 사유가 있더라도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고,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은 법안 등이 상정돼야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니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심의·표결권이 직접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적위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국회법에 없는 것 또는 여야 합의로 직권상정을 하도록 한 국회법 규정이 다수결의 원리 등에 어긋난다는 새누리당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괜한 시비를 건 데 대한 준엄한 질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회 운영 원리에 대한 헌재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헌재는 “과반수가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다수파가 원하는 법안은 상임위 논의 등 모든 입법절차를 생략한 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다수파의 독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결국 소수의 참여 및 토론과 설득의 기회를 배제하자는 것이어서 오히려 다수결 원리의 정당성 근거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설득함으로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결적 양당 구도 대신 타협과 합의가 필수적인 다당 구도로 진입한 20대 국회에서 더욱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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