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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대상선 대주주 지분 감자 요구, 당연하다

등록 2016-05-26 18:55

현대상선 채권단이 보유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조건으로 회사 대주주 지분을 7 대 1로 먼저 감자하도록 요구했다.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현대상선 대주주들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향후 다른 부실기업 정비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주주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 6480억원어치를 새로 발행하는 주식으로 바꿔 받을 예정이다. 이는 채권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앞으로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주식을 비싼 값에 사주는 것이다. 순리대로라면 회사 쪽이 먼저 대주주 지분 감자 방안을 내놓고 채권자들에게 이런 지원을 요청했어야 한다. 거꾸로 채권단이 감자를 요구하게 된 건 여전히 ‘대마불사’ 논리가 작동하는 우리 경제 질서의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주식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는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아 상장이 폐지되는 걸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감자를 했지만 현대상선 자본총계(순자산)는 3월말 현재 975억원으로, 주당 순자산(3천원)이 액면가(5천원)를 크게 밑돈다. 게다가 1분기에 2천억원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미루어, 2분기 손실을 반영한 6월말에는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회사 주식을 채권단이 주당 5천원에 사서 지원할 수 있게 하려면, 대주주의 지분을 소각하거나 감자를 하여 1주당 가치를 미리 올려놓아야 마땅하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18.5%)이고,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을 지배해왔다. 대주주 지분을 7 대 1로 감자하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은 1% 아래로 내려간다. 사실상 소각에 가까운 수준이다. 감자 대상에는 현정은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도 포함해야 한다.

과거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에 앞서 대주주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식의 출자전환이 이뤄진 뒤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되면 대주주들은 회사를 되찾아갔다. 그런 특혜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기업이 부실해져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 먼저 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이 투자금(보유 주식)으로 책임을 지고, 이를 전제로 채권자들의 지원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다른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반드시 관철돼야 할 대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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