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폭탄에 비유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가장 폭발력이 큰 폭탄이다. 지난해 3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 3월말 현재 순자산은 4216억원인데, 부채가 18조원이 넘어 부채비율이 4350%에 이른다. 올해 들어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고, 조선 경기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채권단한테서 4조2000억원을 긴급 수혈받은 지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새로 구조조정 계획을 짜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대우조선이 새달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새 사외이사로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겠다고 공시했다가 거센 반발이 일자, 후보자가 사퇴했다.
두 명의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논란이 된 인물은 조대환 후보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인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만든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었고,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선 새누리당 추천으로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조선산업과는 거리가 한참 먼 사람이다. 회의 몇 번 참석하고 연간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는 자리에 정치권 인사를 앉히는 ‘보은 인사’가 이 정부 들어 다반사가 되긴 했지만, 대우조선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마저 그러는 건 상상 밖의 일이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는 지분 47.9%를 가진 국책은행 산업은행이다. 대우조선의 경영이 이토록 나빠진 것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경영진에 낙하산 인사들을 계속 앉힌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 방만한 경영에 부실은 감춰뒀다가 지난해 터져 나왔다. 대우조선 사외이사들도 낙하산 천지였다. 2000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분리된 뒤 지금까지 사외이사직을 맡은 30명 가운데 18명이 정치권 또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였다. 지금도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친박계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이영배씨 등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한,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 낙하산 사외이사에 쏠리는 시선은 차가웠다. 결국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조 후보자가 사퇴했다. 사태는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그리고 정부는 이런 황당한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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