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도 없이 지내야 하는 곤궁한 처지의 청소년들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생리대 제조업체가 생리대 가격을 내달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사연들을 보면 안타까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주일이나 결석한 초등 고학년 학생 집을 찾아가 보니 생리대가 없어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돈 없는 부모에게 생리대 사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해 신발 깔창을 대신 썼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학교 화장실의 화장지를 말아 생리대 대용으로 쓰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월경일은 여성으로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수치심으로 몸을 숨기고 싶은 날일 것이다.
관련 단체는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형편의 저소득층 청소년(15~19살)이 6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조손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생리는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다른 사람에게 터놓기 쉽지 않다. 그만큼 많은 청소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리대 문제가 커지자 해당 업체는 생리대 가격 인상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일단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문제를 언제까지나 기업체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공론화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생리대 문제는 생리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생리대를 살 형편이 안 된다면 전체 삶의 질은 얼마나 열악할 것인지 짐작이 간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성의 상징인 월경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생리대는 복지의 척도이자 인권의 체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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