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1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한 것은 그간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새 출발선에 섰음을 보여준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북-중 관계 개선은 상수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은 관계 개선 필요성에서 이해가 일치한다. 우선 북한은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압박을 중국의 힘을 빌려 완화하려 한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는 데 중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희망한다”고 한 데서 잘 드러난다. 중국 또한 대북 영향력을 높이고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 대응하려면 긴밀한 대북 관계가 절실하다.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한 이유다.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고위급 교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상당한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두 나라의 이런 시도는 핵 문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북한 쪽은 리 부위원장이 시 주석 등 중국 쪽에 ‘핵·경제 병진 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한다.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는 핵·경제 병진 노선은 수용할 수 없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이런 현실적인 접근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6자회담을 비롯해 의미있는 대화가 시작되려면 적어도 북한의 핵실험 동결 등을 끌어내야 한다. 당장 중국이 해야 할 일이 이것이다.
지금 한·미·일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만남에 때맞춰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해 금융제재를 강화했다. 이는 6일부터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모습은 미-중 협력 및 대북 접근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길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는 있지만, 해법은 대화와 협상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6자회담 참가국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정부는 북-중 관계 개선이 핵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북 제재 강화에만 매몰돼선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북한의 핵 활동 동결이나 병진노선 포기는 대화의 전제가 아니라 중간 목표가 돼야 한다. 북-중 관계가 진전되고 대북 제재 효과가 구체화할 올해 하반기가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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