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5일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선 코리아에이드 등 새로운 개발협력과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프랑스와는 창조경제 및 문화융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정부 쪽은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창조경제’를 협의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코리아에이드를 앞에 내세울 정도로, 이번 순방 성과는 모호하기 그지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선 새마을운동 현장을 돌아보고 프랑스에선 과거 유학했던 도시를 찾는 추억여행이었다’는 평까지 야당에선 나온다.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아시아에선 미-일 동맹과 중국-북한 관계에서 중요한 움직임이 진행됐다. 국내에선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미세먼지 파동이 국민을 불안에 빠뜨렸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문제’에서 정부는 통솔력과 집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벌써 레임덕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 탓에 링거를 맞으면서 강행군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정말 성과를 보여야 할 중요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순방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현격히 떨어진 국정조정능력을 회복해서 주요 정책현안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다. 4·13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반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횡보하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한 지표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한번 떨어진 지지율은 회복하기 어렵고, 이는 국정 전반의 난맥과 위기관리능력 부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금 정부의 추진력과 신뢰를 회복하는 게 매우 긴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려면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오직 주요 정책의 조율과 집행을 제대로 하는 데만 온힘을 쏟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서도 정책보다 국내 정치에 훨씬 민감했다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국회법 개정안(청문회활성화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게 그런 메시지를 줬다. 이래선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이해 충돌이 심한 현안을 해결해나갈 수 없다. 국회의장 문제는 국회에, 유승민 의원 복당 여부는 새누리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대한민국호가 직면한 핵심 정책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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