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우리 해경과 해군의 단속을 피해 저인망식 조업으로 꽃게를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들을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어민들이 급기야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해군 레이더망에 잡힌 중국 어선은 2014년 봄어기 1만9150척이던 것이 2015년에는 2만9640척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우리 어민들의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어민들은 “해군과 해경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수없이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앞으로도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해 5도 어민들은 2014년 11월에도 대청도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 불법 조업에 따른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대규모 해상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정부 당국은 서울 여의도까지 뱃길로 올라와 상경시위를 하려는 어민들을 간신히 달래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한 뒤 해경의 단속 능력이 더 악화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어민들이 직접 중국 어선 나포에 나서는 일은 참으로 위험천만하다. 이번에는 다행히 중국 어선 선원들이 잠을 자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났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존립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서해 바다의 남북 대치 상황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단속 지역이 남북간 첨예한 군사분쟁 지역이어서 우리 해경·해군이 뜻대로 단속을 펼칠 수 없는 틈을 타 중국 어선들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증대 없이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시적인 대증요법 차원을 떠나 정부가 이번 기회에 좀더 근원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지혜를 짜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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