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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생·연대의 정신 일깨운 기본소득 논의

등록 2016-06-06 19:09

스위스에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담을지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잠정 집계 결과 80% 가까이가 반대해 부결됐다. 정부와 의회가 반대하고, 주요 정당들도 반대하는 쪽이어서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의 새로운 방식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전세계에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모든 국민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가운데 하나임을 새삼 일깨웠다.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창한 스위스 지식인 모임이 설계한 안은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조건없이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는 650스위스프랑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르는 재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기존 사회보장비를 줄여 충당하는 방안이다.

반대표가 많았던 것은 이런 방식으로는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문제가 생기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보람과 공동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생계를 위해 일에 매달리게 하고, 공장 자동화 등으로 점차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대처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그대로 살아 있다.

사회보장 수준이 지극히 낮은 우리나라에서 스위스 지식인 모임이 설계한 것과 비슷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신에 바탕을 두고 사회보장의 확충을 꾀하는 것은 하루가 급하다. 일자리의 질은 계속 나빠져 빈곤계층이 늘어나고,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고 부채가 늘어 소비 침체가 구조화하고 있다. 청년실업은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사장시켜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사회보장과 복지는 국가가 개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상생과 공동체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협력이다. 그러므로 연대의 정신에서 출발해야 하고, 구성원 간 신뢰, 행정집행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탄탄해진다. 우선, 근로의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이들, 생계를 위해 비인간적인 저임금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 인상, 청년실업자를 수급대상에 포함시키는 실업급여 확충, 노인기초연금 강화가 시급하다. 상생의 길을 벗어난 공동체는 퇴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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