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끝내 국회의장 선출 법정 시한인 7일까지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13대 국회 이후 계속돼온 ‘지각 개원’의 아름답지 못한 전통이 20대 국회 들어서도 되풀이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 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내고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려는 야당의 횡포”라고 즉각 반발하면서 정국은 오히려 더 얼어붙었다.
투표를 통한 국회의장 선출 방식이 물론 최선은 아니다. 야당이 새누리당을 배제하고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표결로 선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국회의장은 당연히 여당 몫”이라고 우기는 것은 볼썽사납다. 따지고 보면 “숫자를 앞세운 횡포”라는 주장부터가 자가당착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표결을 통해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으로부터 의장직을 빼앗아 박관용 국회의장을 탄생시킨 바 있다.
여야 협상의 관건은 각 당의 원내사령탑들이 얼마나 협상의 재량권을 갖고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느냐에 있다. 이 점에서 3당 원내대표들은 모두 한계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국회 원 구성 협상에 가장 주도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오히려 야당의 국회의장 자유투표 방침에 반발해 협상을 중단시켜버린 것은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 정 의원이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협상의 큰 걸림돌로 보인다.
새누리당 쪽은 앞으로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하면 원내 제1당이 되는 만큼 의장직을 당연히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정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먼저 매듭짓는 게 선결과제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국회의장직을 여당이 가져와 친박계 최고 원로인 서청원 의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니 협상이 제대로 진척될 리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대체 언제 국회가 문을 열지 기약조차 할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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