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던지는 충격

등록 2016-06-08 19:19수정 2016-06-08 20:21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가해자 3명 중 2명이 학부모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윤리의 한계선마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난달 22일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박아무개(49)씨는 육지에서 갓 돌아와 자기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여교사를 주민들과 합석시켜 과도한 음주를 권했고, 관사에 데려다주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별일 없는지 살펴보라’는 박씨의 전화를 받고 관사에 도착한 다른 가게 주인 김아무개(39)씨도, 애초 박씨와 합석했던 주민 이아무개(34)씨도 잇따라 흉심을 드러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 게다가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보호는커녕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의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사전 공모’ 여부까지 포함해 이들의 파렴치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죗값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엄중히 조처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전남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섬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은 섬들이나 오지에서의 사고 위험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에도 신안군내 다른 섬마을 학교에서 관사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여럿 발생해 전교조가 보안시설 개선을 요청했던 사실도 이런 우려가 터무니없는 게 아님을 말해준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2주가 지난 뒤에야 보고받고는 여교사의 도서벽지 발령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가 여교사가 75%선에 이르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 뒤 관사 전체에 폐회로티브이를 우선 설치하고, 이달 안으로 관사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한 뒤 종합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논란 속에 일선 교육청에 위험 및 노후시설 개선 등 필수예산마저 압박해온 교육부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관사 안전대책뿐 아니라 여교사들의 인권·교권 보장은 물론, 일부의 오도된 성의식 문제까지 우리 사회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