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된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인지수사 2개 부서를 동시에 투입해, 그룹의 두뇌 구실을 하는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오너 일가의 거처 및 사무실을 한꺼번에 압수 수색했다. 그룹 전반의 비리를 총체적으로 수사하고 오너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는 등 여전히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경영을 하는 롯데그룹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수사는 고질적인 정경유착 의혹을 뿌리 뽑는 기회일 수 있다. 기업이 몰래 만든 비자금으로 정·관계에 뇌물을 뿌리는 불법 로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온 나쁜 관행이다. 롯데는 그런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키운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의혹은 여럿이다. 1998년 이후 거듭 무산됐던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건축 허가를 받았다. 10년 넘게 반대했던 군이 왜 돌연 태도를 바꿨는지,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면 그 대가는 무엇인지 등이 궁금하다. 제2경인 연결 민자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반대했던 군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으로 2012년 공사가 시작됐다. 부산 롯데월드 터 용도변경, 맥주사업 진출, 면세점 확대 등에서 롯데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하나같이 권력 핵심의 ‘뒷배’가 없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잖아도 롯데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자산을 두 배 넘게 키웠고, 국내에서만 17건의 대형 기업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검은 거래’를 의심할 만하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등의 기업 비리뿐만 아니라 이들 의혹까지 한 점 남김없이 규명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암초인 정경유착을 끊어내는 데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수사에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수사를 두고선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전 정권 인사들을 손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고, 예상되는 경제위기에서 본보기 삼아 ‘기업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그런 논란만으로도 비리 수사의 효과는 반감된다. 포스코 수사나 케이티 수사 등 비리 규명에 실패한 ‘하명수사’의 예도 있는 터다. 검찰이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장의 추문에서 눈길을 돌리는 데 이번 수사를 활용하려 든다면 더욱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뚜벅뚜벅 비리의 핵심에만 집중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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