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박 대통령 발언 가운데선 가장 분명하게 ‘협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특히 국회를 ‘국정운영 동반자’로 표현한 건 긍정적이다. 이런 언급이 말의 성찬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여소야대’가 만들어짐으로써, 박 대통령으로선 국회와 협력하지 않으면 주요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게 현실이다. 국회를 ‘국정운영 동반자’로 대하는 건 총선 민의를 수렴한 당연한 행동이지,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할 일은 아니란 뜻이다. 국회와 협력하고 야당 지지를 이끌어내려 애쓰는 건 꼭 총선 참패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삼권분립을 기초로 한 대통령제에선, 국회를 동반자로 대하는 게 대통령이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임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으면 한다.
더 중요한 건, 박근혜 대통령의 전향적 언급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지난달 13일 박 대통령은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3당 대표회담 정례화’ 등 국정 협력을 약속했다. 이 약속이 깨지는 데엔 1주일이 채 걸리질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단초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야당과 협력하려는 의지를 대통령이 갖지 못한 게 근본적인 이유였다. 지금도 박 대통령이 ‘국정 동반의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미사여구로 연설문을 치장해도 ‘협치’는 이어질 수 없다.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선의 당위성만 강조했을 뿐 정부의 정책 실패와 이해당사자 설득 노력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질 않았다. 책임은 남한테 떠넘기고 ‘도와달라’고만 말해서는 협력과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협치’의 기본은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북 문제에서도 강경 일변도 정책만 펼칠 게 아니라 야당의 다른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해나갈 때 비로소 박 대통령의 ‘국정 동반’ 의지는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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