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다. 노인 가구 둘 중 하나꼴로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창피하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오이시디 평균(12.4%)의 4배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노후 대비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인 빈곤 문제가 발등의 불인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외국보다 높게 나오는 이유를 통계 탓으로 돌리고 새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오이시디는 노인빈곤율을 낼 때 소득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같은 공적연금, 개인적으로 가입한 사적연금,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등을 포함시킨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노인들은 주택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오이시디 방식처럼 소득만을 기준으로 하면 빈곤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고 보고 재산을 반영하는 지표를 만들고 있다. 복지부는 이 지표가 개발되면 오이시디에도 활용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인 빈곤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통계 기준을 바꿔 수치를 낮춰보겠다는 복지부의 발상이 정말 어이가 없다. 설령 새 통계 방식을 도입해 노인빈곤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그것은 노인들의 실제 삶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다. 또 노인빈곤율이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복지부의 의도처럼 통계 수치가 개선될지도 의문이다. 가난한 노인은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도 적을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전문가들도 빈곤의 개념은 현재의 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지 세계 어느 나라도 재산을 반영해 빈곤율 통계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복지부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맡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주택을 반영한 빈곤율이 기존의 통계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새 지표 개발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5년에는 20%대에 들어서 ‘초고령 사회’가 된다. 반면 공적연금 비중은 16.3%로 오이시디 평균(58.6%)의 3분의 1도 안 된다. 복지부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게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 같은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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