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신임 국회 정보위원장이 14일 “테러방지법보다 더 중요한 게 사이버테러방지법”이라며 “하루빨리 이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테러방지법은 개정할 부분이 없다”고도 했다. 정보기관을 감시·견제해야 할 책임을 진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정원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다. 이런 정보위원장을 둔 국회가 앞으로 국정원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철우 위원장(새누리당)은 국정원 출신이다. 5공 시절에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에 들어가 국내 파트에서 일하며 국장까지 지냈다. 이 때문에 그가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는 걸 우려하는 시각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철우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검사가 법사위원장 맡는 건 괜찮고 내가 정보위원장을 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항상 감시의 눈길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국정원과 같은 기관은 정보기관을 잘 아는 사람이 더 잘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감시자가 국민 편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적 시각을 갖고 정보기관을 대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철우 위원장처럼 서 있는 자리만 국정원에서 국회로 바뀌었을 뿐, 기본 생각은 국정원 요원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사람이 정보기관을 감독하는 자리에 앉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가 취임 직후 언론에 한 얘기는 바로 그 위험성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해 섬뜩할 지경이다.
군사독재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얘길 듣던 정보기관의 힘은 그때에 비해선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구체적인 활동과 예산 등은 여전히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국정원을 들여다보고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바로 국회 정보위원회다. 그런데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의 업무가 적절한지, 국민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예산은 제대로 쓰는지 살펴볼 생각은 않고 국정원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데만 신경 쓴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과거처럼 선거에 개입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을 거침없이 벌일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철우 정보위원장 취임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거나 다름없다. 이 위원장은 이런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정보위원장인지, 국정원의 국회 대리인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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