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6일 ‘전관예우’ 등을 막기 위한 ‘재판의 공정성 훼손 우려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전화변론이나 몰래 변론 등 ‘법정 외 변론’ 금지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법원이 전관예우 파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책을 찾는 것은 긍정적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사건은 대법원 근무를 같이 한 대법관에게 맡기지 않고, 주심대법관 배당을 상고기록 제출 뒤로 늦춰 연고에 따른 선임을 차단하겠다는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 연고 있는 변호사가 선임되면 재배당하는 제도를 여건이 허용되는 법원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도 당연한 것이겠다.
그러나 대법원의 대책은 아직 허술하고 엉성해 보인다. 전관예우가 ‘일부 변호사의 일탈’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에 머물러, 전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손뼉을 마주쳐준 ‘현직’의 위법·부당한 행동이 더 문제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전관예우가 실은 현직비리라고 한다면 현직에 대한 감시와 규제는 한층 촘촘하게 강화돼야 한다. 다른 통신수단이 허다한데도 판사실 전화만 통제하는 눈 감고 아웅 식의 대책에 그칠 일이 아니다. 전관 변호사 등의 부적절한 접촉 시도와 ‘법정 외 변론’ 행위에 대한 신고는 의무로 강제돼야 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고 묵인한 법관 등에게는 소명 요구와 함께 징계나 불이익이 가해져야 한다. 재판부와 변호인의 연고관계를 공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법정 외 변론 금지의 원칙 역시 그런 행위를 한 쪽에 소송 배제나 형사처벌을 가하는 등 강력한 실천방안이 따라야 실효성을 지닐 수 있다. 전관과 결탁해 위법한 처분을 한 판검사를 수사할 별도의 수사기관 설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 전체의 잘못된 관행의 결과다. 변호사뿐 아니라 법원·검찰에 대한 제도적 감시와 통제가 함께 이뤄져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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