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9월까지 북한과 어떤 형태의 대화나 교류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19일 밝혔다. 이런 방침은 범정부 차원의 내부 검토를 거친 뒤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이 고위 관계자는 그때쯤이면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9월이면 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가 나온 지 6개월 되는 시점이다. 6개월 정도 대북 압박·제재를 하면 정말로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을 우리 정부 뜻대로 풀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적이 걱정스럽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대북 기조와 일치한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것은 ‘대화 배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굴복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까지 가서 북한 봉쇄 작전을 폈다. 1970년대식 대결 외교가 되돌아온 듯했다. 윤병세 외교장관도 쿠바·러시아·불가리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북한 고립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도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성급히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압박 전략이 실효를 거둘지는 매우 의문이다. 6개월 동안 물샐틈없이 압박하면 북한이 무릎 꿇고 나올 것이라는 것은 우리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 현실적인 정세 판단에 따른 전망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경험을 보면, 북한은 대화의 길이 막히고 대북 압박이 커질 때마다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는 식으로 더 거세게 반발해 왔다. 북한 핵 문제는 대북 압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현실적인 방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국제적 공조를 긴밀하게 펴되, 동시에 북한과의 다각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 길을 찾는 것이다. 대화 없는 압박은 반발만 불러올 뿐이고 그 결과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아닌 악화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막연한 소망에 의지해 대북 압박에 모든 것을 걸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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