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앞서 법원은 국정원이 보호 중인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이 자유의사로 입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21일 심문에 이들을 출석시키라고 국정원에 통보했다. 국정원은 19일 탈북자들 대신 변호사를 출석시킬 것이라고 한 신문을 통해 밝혔다. 국정원은 “종업원들을 법정에 세우란 건 북한 주장에 놀아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에는 이번 심문을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북한 주장을 대변한다는 따위 비난도 실렸다. 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마저 ‘종북’으로 모는 무지막지한 선동이다. 기관지인 양 국정원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기 흉하지만, 법원의 결정마저 태연히 무시하는 국정원의 방약무인한 행태는 더욱 걱정된다.
집단 탈북을 둘러싼 의혹은 애초 국정원이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종업원들의 입국 다음날인 4월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입국 사실과 신분 정보를 밝혔다. 북한 당국이 누군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니, 탈북자의 인권이나 북한 가족들의 안전은 애초 안중에 없었던 셈이다. 충분한 조사도 없이 이례적으로 서둘러 공개했으니, 4·13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했다. 근무지를 떠난 지 이틀 만에 입국한 것도 국정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기획 탈북’ 의혹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남쪽의 납치’라며 가족들까지 내세워 국제적인 여론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지금껏 자세한 경위설명도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탈북 종업원들을 꼭꼭 숨겨두는 데만 급급하다. 국정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두 달간 조사받으면 하나원에서 남한 정착 교육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도 이들만 유독 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고, 주기적으로 탈북자들을 면담해온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원들의 설문조사 요청까지 거부했다. 급기야 종업원들의 법정 출석까지 막았다. 무엇이 켕기길래 이렇게 철저히 외부와 차단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탈북 사건에서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법의 사각지대였던 국정원의 탈북자 관리에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획 탈북’ 의혹이 아니라도 국정원이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해낸 사건도 진작에 있었던 터다. 국정원은 ‘종북몰이’ 뒤에 숨으려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투명한 자세로 의혹 해소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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