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이 복귀했지만, 이번엔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문제로 새누리당이 또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끝없는 이전투구의 연속이다. 사사건건 할퀴고 싸우는 집권여당을 보면서 당원과 국민은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원칙과 소신 없이 계파 입김에 흔들리는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비대위의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에 대한 불만으로 칩거에 들어갔던 김희옥 위원장은 20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16일 비대위 표결 강행을 압박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더 큰 불만이 있겠지만, 정 원내대표를 바꾸긴 어려우니 ‘꿩 대신 닭’으로 권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비겁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김희옥 위원장이 개인적으론 복당에 반대했다 할지라도, 어쨌든 그날 표결을 진행하고 결과를 공표한 건 전적으로 김 위원장 책임 아래 이뤄진 일이다. 다수의 요구로 절차에 따라 표결을 하고 발표까지 했는데, 친박 세력이 반발한다고 이제 와서 애꿎은 사무총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게 과연 ‘혁신’을 내건 비대위원장이 취할 태도인가. 명분 없는 친박 세력이 정진석 원내대표 대신 권성동 사무총장을 공격 대상으로 삼자, 김희옥 위원장 역시 여기에 편승해 꼼수를 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대학 총장을 지낸 김희옥씨를 굳이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당내 계파에 얽매이지 말고 상식과 국민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당을 바꿔보라는 뜻이다. 그런데 대통령 친위부대인 ‘친박’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당내 갈등을 잠재우려는 김 위원장 처신은 계파 하수인을 자처하는 당내 인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가 않다.
청와대와 친박의 위세에 눌려 유승민 의원 문제를 질질 끌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때문에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를 당한 게 엊그제 일이다. 김희옥 위원장의 처신 역시 총선 전의 이한구씨와 다를 게 없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 도려내야 할 사람은 사무총장이 아니라 당의 공식 결정에 반발하며 ‘당 위의 당’을 추구하는 파벌의 핵심들이다. 그렇게 할 용기와 소신은 없이 적당히 친박과 타협해 자리를 보전하려는 김희옥 위원장 모습이 가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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