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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럽을 위기로 몰아넣는 영국의 선택

등록 2016-06-24 18:35수정 2016-06-24 20:56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결국 탈퇴로 결정이 났다. 이로써 영국은 유럽연합(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비회원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유럽연합은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유럽을 넘어 지구적 차원의 정치·경제에 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개표 최종 결과는 탈퇴 찬성이 51.9%로 반대보다 4%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지난주 브렉시트에 반대한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이 극우파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도 탈퇴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콕스 의원을 살해한 범인이 외쳤다는 “영국이 먼저”라는 구호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에 찬성한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 일원으로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독일 다음으로 많은 유럽연합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기여한 만큼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 행사하는 권한도 약하다는 불만이 컸다. 또 동유럽 이민 문제와 중동 지역 난민 문제로 인한 복지와 안보의 위협은 영국민의 탈퇴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 내부의 ‘이동 자유’에 따른 이민 급증은 영국 국민들 사이에 임금 하락과 복지 축소 위기감을 불렀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개방, 다양성, 협력, 통합 등의 단어 대신 고립, 폐쇄, 자국 우선 등의 단어가 득세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유럽 대륙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영예로운 고립’ 노선을 걸었다. 유럽공동체 가입 이후 배후로 물러나 있던 이런 전통이 이번에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영국의 결정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관계 악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과 북아일랜드와 웨일스의 연쇄적인 독립 움직임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영국은 편협한 안목으로 탈퇴를 선택함으로써 자국을 고립의 길로 이끌고 전 세계에 걱정거리를 안기고 말았다.

유럽연합이 감당해야 할 충격도 크다. 그렇잖아도 유럽연합 내에서 커지고 있던 원심력이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이민·난민 문제를 포함해 여러 차원의 내부 갈등을 겪어왔다. 영국의 탈퇴로 회원국 사이에 영국을 뒤따라가자는 움직임이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 프랑스·네덜란드의 극우정당들은 “다음엔 우리 차례”라며 환호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난민 사태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이번 결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은 이런 이탈 움직임을 막고 역내 경제·사회를 안정시켜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유럽연합의 구심축이라 할 독일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4일 영국 파운드화는 1985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엔화 가치는 폭등했다. 또 전 세계 주식시장도 일제히 폭락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위험성 증가에 맞서 국제적 차원의 공동대응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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