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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탈과 은폐가 체질화한 ‘믿을 수 없는 경찰’

등록 2016-06-29 17:23수정 2016-06-29 17:23

일선부터 각급 지휘부까지 하나같이 다 한심하고 파렴치하다.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과 여학생의 부적절한 성관계가 저질러지고, 불거졌다가 은폐되고, 다시 세상에 폭로되는 과정을 보면 경찰을 믿으려야 도무지 믿을 수 없게 된다. 경찰이 이렇게나 망가져 있었단 말인가.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을 막자며 도입한 제도다. 그런 학교전담경찰관 두 명이 맡은 학교의 여학생들과 각각 몰래 성관계를 맺었다. 강제성이나 대가성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지만, 보호 대상인 어린 여학생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엄중한 비난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경찰은 덮는 데만 급급했다.

두 경찰관의 소속 경찰서는 진작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부터 사실을 통보받은 다음날 해당 경찰관이 사표를 내자 이를 그대로 수리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도 학교 쪽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상태에서 사표를 받아 수리했다. 징계나 형사처벌을 해야 할 중대 비위를 모른 체하고 의원면직 처리해 퇴직금까지 챙기도록 해준 것이다. 두 경찰서는 사표 수리 한참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허위보고를 하기까지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부산경찰청은 5월9일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부터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신고문의 전화를 받고 해당 경찰서를 연결해주기까지 했는데도, 6월24일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담당 부서에서 보고하지 않은 탓이라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나 경찰의 정보 공유 체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부산경찰청 감찰부서가 경찰청 본청 감찰부서에 이번 사건을 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청이나 부산경찰청은 24일 전직 경찰 간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사건을 폭로하기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폭로가 없었다면 끝까지 숨기려 했을 것이다. 그러니 경찰청장이 보고를 받지 않아 몰랐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일부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경찰 조직 전체의 기강 해이와 마비 문제로 번졌다. 은폐와 허위보고가 판치는 경찰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경찰은 지금이라도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든 망설임 없이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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