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동시에 사퇴했다. 4·13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위를 기록하며 정치권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국민의당은 창당 5개월 만에 지도부 공백이라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내년 대선을 향해 집념을 불태워오던 안 대표 역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안 대표가 대표직 사퇴라는 강수를 빼 든 것은 막다른 골목길에서 던진 하나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리베이트 사건은 안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인 ‘새정치’를 일거에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선숙 의원은 안 대표가 가장 아껴온 최측근 인사다. 내년 대선까지 이 사건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당 대표라는 ‘현실’을 버렸다. 안 대표가 계속 머뭇거릴 경우 더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면돌파 결단은 옳은 결정이라는 평가를 할 만하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정당’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안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강한 정당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당이 혼돈상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국민의당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내부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당의 체질을 좀 더 민주적이고 안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 ‘측근의 전횡’을 둘러싼 잡음이 당 안에서 무성했고, 리베이트 사건 역시 그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당의 체질 개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안 대표 역시 자신의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사건이 표면화된 이후 국민의당이 보인 모습을 보면 안 대표의 지도력에 심각한 의문부호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진상조사단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태 해결 방안을 놓고 계파 갈등 양상까지 나타났다. 이런 정도의 위기관리 능력도 없이 어떻게 국가를 경영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이제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그가 지금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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