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새 최고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지난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를 만든 데 이어 국가기구 차원에서 체제 구축을 마무리한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집권기에 못잖은 김정은 유일 체제다.
새 체제는 선군 체제로 불리던 김정일 체제와 달리 경제와 외교·통일도 강조한다. 3명의 국무위 부위원장 가운데 한 자리를 경제 책임자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차지했고,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김영철 대남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모두 8명의 국무위원에 포함됐다. 당 통일전선부의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없애고 ‘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국가기구를 둔 것은 남북관계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무위원회 구성원이 모두 당 요직을 겸한 만큼 국무위원회는 명실상부한 국가 지도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정상화’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핵 역량 강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단적으로 말해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북한이 경제와 외교·남북관계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물론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체제가 성공적으로 구축됐다고 판단한다면, 북한 지도부가 대외 대결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
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관련국들은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북한은 비핵화 원칙에 동의해야 한다. 불신이 심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풀기는 어려우므로 핵 동결 등의 중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대북 제재·압박 강화에 모든 것을 다 건 지금과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북한 체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몇 해 동안의 재편기를 거쳐 심각한 국제 고립 속에서도 상대적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관련국들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평화적인 핵 문제 해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핵이 없더라도 나라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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