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6월24일 갑작스레 휴직을 신청한 이유가 드러나고 있다. 홍 부총재가 산업은행 회장 시절 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부총재직을 계속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이 기구를 이끄는 중국 쪽이 자진 사임이나 휴직을 요구했다고 한다. 애초 정부가 사람을 잘못 고른 게 결국 국제 망신으로까지 이어졌다.
홍씨는 산업은행 회장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지난해 12월 이 기구 부총재에 내정됐다. 우리나라는 이 기구에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은 37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냈다. 이를 지렛대로 정부가 여러 외교적 지원을 해서 홍 부총재를 선임하게 했다.
문제는 정부가 홍씨를 부총재로 지원한 게 적절했느냐다. 당시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한 의혹으로 감리를 고려하고 있던 무렵이다. 홍 회장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거쳐 산은 회장을 맡고 있던 그에게 회장 연임 대신 퇴로를 열어주려고 정부가 밀어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홍 부총재의 갑작스러운 휴직 배경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1일 국회에서 홍 부총재의 사임 배경에 대해 “저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투자은행 총재와 논의해 휴직계를 냈다”고 말했다. 나라를 대표해 국제기구의 고위직을 맡은 홍 부총재가 그랬다면 정말 가벼운 처신이다. 하지만 홍 부총재 쪽은 휴직 전 정부와 협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만에 하나 정부가 사람을 잘못 선임했다는 비판을 비켜가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휴직한 홍 부총재가 사임한 뒤 우리나라가 그 자리를 잃게 된다면 큰 손실이다. 우선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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