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씨제이(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 사무처는 4일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불허하는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에스케이텔레콤에 전달했다.
물론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확정 절차는 아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에스케이텔레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론을 내린다. 전원회의 결과가 나오면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절차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이번 심사 결과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 공정위가 일부 사업 매각 같은 시정조처를 달아 ‘조건부 승인’을 해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합병은커녕 인수조차 금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정조처만으로는 독과점 심화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씨제이헬로비전은 이미 전국 23개 케이블방송 권역 중 15곳에서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케이블방송에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팔아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들은 “재벌 방송 등장으로 언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육성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도 타격을 받는다. 씨제이헬로비전은 알뜰폰 시장 1위 업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인수하면 이동통신 1위가 알뜰폰 1위도 된다. 정보통신과 방송정책을 관할하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지난달 현대원 서강대 교수가 임명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 수석은 에스케이텔레콤을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에 비유하며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대규모 콘텐츠·네트워크 투자로 유료방송시장 도약에 일조하려던 계획이 좌절돼 깊은 유감”이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씨제이헬로비전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티브이 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막은 최악의 심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독과점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방송·통신 정책의 방향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한 숙제는 여전히 남게 됐다. ‘방통 융합’의 세계적 추세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SK)텔레콤과 시제이(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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