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울산 동쪽 바다 52㎞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울산 지역의 진도는 ‘강진’에 가까운 수준인 4에 이르렀다. 건물이 크게 흔들려 사람들이 깜짝 놀라 대피했다. 지진은 충북, 전북 지역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거듭 일깨운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이번을 포함해 4차례나 발생했다. 2년 전인 2014년 4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났는데, 지진이 한층 잦아지는 것 아닌가 염려스럽다.
우리나라의 단층들은 일본의 단층에 견줘 작다. 그렇다고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선 안 된다. 일본에서도 규모 9.0 이상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으나 2011년 3월 그만한 규모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2만명가량이 지진해일로 목숨을 잃었고, 후쿠시마 원전이 사고를 일으켜 지금껏 재앙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큰 지진은 한번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다. 피해가 클 수 있는 시설물에는 발생 가능성이 작더라도 큰 규모의 지진에 대비해 사전 조처를 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경주·부산·울산 지역에 밀집한 핵발전소다. 부산·울산 경계지역의 고리·신고리 원전의 경우, 현재 6기가 가동 중이고 2기가 건설을 끝내고 시운전 중이다. 이곳 주변엔 활성단층이 많다. 게다가 원전 반경 30㎞ 안에 340만명이 사는 곳이라 위험을 최대한 회피해야 하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까지 승인했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지역 주민이 안심하지 못하는 것은 안전 심사가 충분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심의 과정에서 이 일대의 활동성 단층만 조사했을 뿐, 육지 활성단층은 재해 분석에서 빼고 해양 활성단층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5일 지진은 해양 활성단층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다.
고리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했고, 신고리 원전은 규모 6.9의 지진에 대비해 설계했다. 하지만 내진 설계 강화만으로 안전이 담보된다는 생각은 안이하다. 그런 발상이 얼마나 많은 사고와 재앙의 화근이었던가. 원전은 그 자체로 위험한데, 밀집은 위험과 불안을 더 키운다. 원안위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절차상 승인했다고 해서 다 끝난 일이 아니다. 안심을 주지 못하는 한 건설 반대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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