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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낙하산 인사’가 AIIB 부총재직까지 날렸다

등록 2016-07-11 17:11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홍기택 부총재가 맡던 최고위험관리자 자리를 국장급 직책으로 강등했다. 대신 프랑스인이 맡고 있던 국장급 재무책임자 직책을 부총재로 격상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다섯째로 많은 4조3천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어렵게 얻은 부총재 자리를 잃게 됐다. 중국은 홍 부총재가 산업은행 회장 시절의 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사임이나 휴직을 요구했고, 홍 부총재는 지난달 말 휴직계를 낸 뒤 잠적한 상태다. 애초 정부가 잘못된 인사를 천거해 보낸 것이 이렇게 국익에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결과를 빚었으니 외교 참사라 할 만하다.

이번 일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는 홍기택 부총재 임명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드러나 홍 부총재가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그를 부총재로 밀었다. 뒤탈 가능성은 염두에도 두지 않은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문으로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 보은 인사로 2년 남짓 산업은행 회장을 맡은 얕은 경력으로 그런 국제기구에서 국가 이익을 대변할 적임자였겠느냐는 지적도 다시 나온다.

홍 부총재가 휴직한 뒤 정부 관리들이 보인 면피성 행보도 고약하다. 정부는 홍 부총재가 홀로 판단해서 휴직했다고 밝혔는데, 홍 부총재 쪽은 중국의 사임 요구를 정부에 전하고 상의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최고위험관리자 자리를 국장급으로 떨어뜨린 8일 오전에도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만약 후임 선임 절차가 공식화되면 한국인이 후임이 될 수 있게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흘러가는 분위기를 그렇게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도 면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가 뼈아픈 것은 국내 공공기관을 넘어 국제기구 인사에서까지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탈을 불렀다는 점이다. 유 부총리는 부총재직을 잃은 일에 대해 “결과적으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답답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말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잘못된 낙하산 인사로 인한 참사를 여기서라도 끊으려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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