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은 저임노동자 342만명뿐 아니라 노조를 갖지 못한 90%의 노동자들 임금조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노동 약자들의 임금협상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시한(16일)을 코앞에 두고도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8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알바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폭발 직전의 한계상황에 와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 격차가 5.6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악의 임금 불평등을 기록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문 닫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줄어 임금도 다시 내려가게 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납품단가 후려치고 골목상권까지 장악해온 대기업 횡포 탓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게 아니라 인상분을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떠넘기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하청기업 착취와 비정규직 활용으로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았으니 그 과정에서 양산된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도 대기업이 떠맡는 게 순리다. 실제로 소상공인 매출 감소 원인의 64.7%는 과당경쟁 때문이고, 인건비 인상 요인은 1.7%에 불과하다는 중소기업청의 통계도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지난해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실업률이 통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독일 사례를 보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5월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임금 격차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미국·일본·영국 등이 일제히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며 소득 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확인시켜 준다.
총선 당시 야당들은 시급 1만원 내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공약했고 여당도 9천원 인상의 효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지켜야 한다.
11일 회의부터 노동자 위원들은 공익위원들에게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먼저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여전히 사용자 쪽에 기울어진 결정을 내린다면 최저임금 결정 주체를 국회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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