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겠다며 특별사면을 했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는 “광복 72주년의 의미”를 살리겠다고 사면을 할 것이다. 한때는 자신이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사면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을 ‘치적’으로 내세우더니, 이제는 사면을 연중행사로 남발하는 대통령이 돼버렸다.
이번 사면에서는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하고자 한다”고 말한 것이 그 근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에스케이그룹 수석부회장 등 특별사면 대상자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하기만 하다.
기업인의 불법행위를 용서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물어야 윤택한 나라가 된다는 논리는 참으로 황당하다. 죄지은 사람이 죗값을 채 치르기도 전에 풀려나는 꼴을 보면서 국민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씁쓸한 현실을 재확인할 뿐이다. 게다가 지금 검찰은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비리 척결을 외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리 경제인 사면을 들먹이니 더욱 헷갈린다. 결국에는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비리 경제인들을 사면할 요량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요란을 떨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박 대통령의 광복절 사면은 국정운영 실패로 땅에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려는 의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말한 “희망의 전기” “재기의 전기”는 왠지 박 대통령 자신의 이야기로만 읽힌다. 그러나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이 이뤄지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 허구에 불과함은 사면의 오랜 역사가 증명한다. 원칙 없고 무분별한 사면 남발은 사법체계를 흔들고 국민의 법 허무주의만 부추길 뿐 ‘희망과 재기의 전기’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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