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대구의 숙원사업인 케이투(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의 조속한 통합 이전을 약속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가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지 20일 만이다. 밀양 신공항이 무산된 데 실망한 지역민에게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선물을 내놓은 셈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지역민을 위한 개발사업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민간공항과 함께 쓰는 공군기지는 심한 소음 탓에 지역 주민의 이전 요구가 전부터 있었다. 대구와 광주가 대표적이다. 대구시의 경우, 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면 대구공항의 민간기능을 신공항으로 옮기고, 기존 터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해 케이투 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더라도, 통합 이전이 최선의 대안인지는 면밀히 따져보고 판단할 일이다. 이전 후보 지역 주민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이전 비용을 기존 계획처럼 별도의 재정 투입 없이 충당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통합 이전이 기정사실처럼 돼버렸다. 제대로 추진은 될 수 있을지, 후유증은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같은 날 춘천~속초 철도 건설사업도 재정사업으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그동안 세 차례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이 0.79로 1을 넘지 못했고, 종합분석(AHP)에서는 기준치인 0.5를 가까스로 넘긴 0.518이 나왔다. 적자 노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강원도의 30년 숙원사업이란 점이 고려돼 종합분석 점수가 0.5를 넘었다고 한다. 불과 5일 전 민자사업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재정 투입으로 갑자기 선회한 것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회기반시설 사업은 사전 타당성조사를 철저히 해야 재정 낭비를 피할 수 있다. 타당성이 있더라도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 한다. 권력자들의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라 사업을 결정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와 정당들이 또 각종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