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친박계에선 이미 대표 출마를 검토해온 후보들의 교통정리에 나서, 원유철 전 원내대표에 이어 홍문종 의원도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홍 의원이 “서청원 의원이 출마하면 나는 다시 생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보면, 어떻게든 서 의원을 대표 경선에 내보내려는 친박계의 공작은 매우 집요해 보인다.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으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실리지 않았다면 당내 최다선의 원로 의원을 대표로 세우려 친박계가 저리도 집요하게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처음엔 손사래를 치던 서 의원이 출마 쪽으로 기운 것도 대통령 뜻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우리 정치의 퇴행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직 당권을 손에 넣기 위해 아무런 명분과 비전도 없는 노정치인을 떠밀듯이 대표 경선에 내보내는 건 전형적인 계파 패권주의이다. 총선 참패 직후 계파를 없애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서청원 의원은 총선 직전까지 당을 이끌던 최고위원의 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총선 참패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의 오만과 이에 발맞춘 친박계의 공천 전횡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이 당 대표를 하겠다는 건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서 의원은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혁신과 변화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구태 정치’의 상징을 당의 얼굴로 세우겠다는 친박계는 도무지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나가란다고 대표 경선에 나서려는 서청원 의원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8선의 정치경력을 쌓았으니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뜻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지금이 ‘대통령 호위무사’로 자신이 나설 때인지는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청원 의원은 대표 출마의 정당성이 있는지 스스로 되묻고 당과 자신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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