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올릴 사장 최종 후보 1명을 선임하려고 20일 회의를 열었다가 결정을 유보했다.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4일 박영식 전 사장의 임기가 이미 만료된 터라 경영 공백이 길어지게 됐다.
대우건설은 지분 50.75%를 가진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사장 선임도 사추위에 임원 2명이 참가하는 산업은행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다. 사추위는 5월에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 2명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면접까지 봤으나, 갑작스레 최종 후보 선정을 미루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그 뒤 지원한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거쳐 지난 13일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번에는 두 후보를 상대로 진행하기로 했던 최종 면접을 뚜렷한 이유 없이 취소했다.
석연치 않은 일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로 대우건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꼽는다. 산업은행이 정치권 외압에 따라 박창민 후보를 사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 자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외부 인사에게 맡길 경우 낙하산 논란이 일기 쉬운데, 누가 봐도 적임자를 선임한다면 논란은 곧 사그라들 수 있다. 하지만 박창민 후보는 논란을 떨쳐버리기 어려워 보인다.
대우건설은 비중이 매우 큰 해외건설 부문에서 적자 행진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박 후보는 주택건설 분야에는 밝지만 해외건설에는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주택협회장을 맡으면서 정치권 인맥을 쌓았다. 그와 가깝다는 여당 실세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사추위에 여당의 ‘친박’ 핵심 의원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나돈다. 이사회 일정을 하루 앞당기면서까지 결정을 서두르던 사추위가 최종 후보 선임을 유보한 것은 뒤탈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들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져 국민이 큰 짐을 떠안게 됐다. 이런 와중에 대우건설에서 무리한 낙하산 인사가 또 이뤄진다면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산업은행이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정치권의 외압을 물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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