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국민 앞에 나와 설명한 적이 없다. 21일과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면서 머리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얘기한 게 전부다. 그나마 14일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요구했고, 21일엔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했다. 설명과 설득보다는 독선과 압박에 치우친 태도다.
박 대통령의 21일 발언은 곳곳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그는 ‘북한 위협으로부터 국민 안위를 지키기 위한 고심과 번민’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 주도로 모든 논의가 진행되고 미국 뜻대로 결정이 이뤄졌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엠디) 체제의 일부분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요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몰라도 우리 필요에 따라 우리가 배치를 주도한 듯이 말하는 것은 왜곡이다.
박 대통령이 사드의 효용성과 관련해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 것도 맞는 말이 아니다.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의 방공 범위는 한반도 남부에 그친다. 사드가 필요한 시기는 남북 사이 전면전이 벌어질 때일 터인데, 수도권 방어 능력이 전혀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북한은 사드를 피해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그래도 사드가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이 또한 사드 배치로 말미암아 더 나빠질 안보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했다. 국민의 얘기를 듣겠다는 게 아니라 ‘아무 말도 말고 내 말을 따르라’는 압박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핵 문제를 풀고 평화구조를 진전시키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는 역대 정부들이 가장 고민해온 것이기도 하다. 반면 사드 배치는 한반도·동북아 안보구조를 취약하게 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사드가 전쟁을 막을 수단이 되지 못하는 것도 확실하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 만능 무기가 아니며 대북 정책을 대신할 수도 없다. 일부 이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보구조와 핵 문제, 외교적 입지 등에 미칠 반대급부가 너무 크다. 이제라도 배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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