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해 26일 국회에 제출한다. 이번 추경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충격 완화와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데,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추경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정부가 책임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추경은 올해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사실상 마지막 자리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누리과정’(만3~5살 무상보육) 예산 문제도 확실히 짚고 가야 한다.
정부는 추경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담지 않았다. 이번 추경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천억원이 반영되니 교육청이 이를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올해 9조5천억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내국세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까닭에, 그 20.27%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내게 된다. 이 돈으로 미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게 정부 주장인데, 이는 또 한 번 땜질 처방으로 얼버무리자는 것일 뿐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9곳에서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4조원 가운데 1조1천억원을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을 전면 확대해놓고 지방교육청에 예산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게 사태의 뿌리다. 지방교육청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하느라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이미 14조원이나 빚을 지고 있다. 올해 교육채 상환 부담만 5천억원에 이른다.
5살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더는 누리과정을 파행으로 끌어가지 말고, 중앙정부가 예산 편성 책임의 주체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추경의 특성상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기 어렵다면, 내년 예산부터라도 정부가 책임지고 편성할 것임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국회는 지방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교부율을 올리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금에서 해결하라고 한 것은 내국세 수입이 빠르게 늘고, 이에 맞춰 교부금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2013~2015년 3개년간 교부금 총액은 애초 정부 전망보다 16조원이나 적었다. 이를 눈감은 채 정부가 교육청에 예산 떠넘기기를 계속한다면 무상보육뿐 아니라 교육까지 황폐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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