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에는 8일째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등 영호남 대부분의 지역에는 더 상위 특보인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이처럼 푹푹 찌는 날씨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상하이 등 중국 동남부 해안지역에는 최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도 48개 주에서 32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단지 일시적인 이상기온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열에 들떠 있는 형국이다. 해마다 연평균을 발표하던 세계기상기구는 이례적으로 지난 22일 올해 상반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높았다고 밝히고, 올해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고온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라는 사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통해 분명하게 밝혀졌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잰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해 들어 하루도 빼지 않고 기후재앙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ppm(ppm은 100만분의 1)을 넘어섰다. 7월 측정치 404ppm은 1958년에 잰 315ppm보다 28% 늘어난 값이고, 지구가 과거 400만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농도다.
기후변화가 단지 폭염만을 부르는 건 아니다. 열파는 신체적·사회적 약자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2003년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덮친 열파로 1050명이 숨졌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기후변화 탓이라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기후변화가 태풍의 빈도와 강도를 모두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구로시오 해류가 온난화로 얻은 에너지를 50년 전보다 20% 더 방출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최근 중국을 강타해 34명의 목숨과 많은 재산피해를 낳은 1호 태풍 네파탁은 기후변화가 괴물로 만들고 있는 열대폭풍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양상이 심각해지면 당연히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파리 기후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각국이 부담할 감축 압력이 커질 게 분명하다. 정부는 값싼 석탄과 전기에 취해 있는 현재의 에너지·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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