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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영란법이 요구하는 혁신, 기업이 앞장서야

등록 2016-07-29 16:49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 법이 예정대로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과 금품을 매개로 한 부정한 거래, 접대 관행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공무원과 언론인만이 아니라, 그들과 관련돼 일하는 사람과 조직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 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 모두가 생각과 행동양식을 신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접대를 하는 기업들이 낡은 접대 문화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등이 한 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한다.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다만 국민권익위원회가 확정한 시행령이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 적잖은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그만큼 기존의 접대 관행이 시행령이 정한 기준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시행령을 강력히 지지한다. 강 건너 새로운 땅으로 갈 때는 ‘도강세’가 드는 법이다. 관련 업계와 경제에 끼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게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한다.

접대를 주로 하는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기업은 공직자와의 관계에서 열위에 있고, 공직자와의 부정한 거래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보이지 않는 압력에 흔들리기 쉽고, 탈법으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쉽다. 일정 한도에서 합법적인 비용으로 인정받는 접대비 등 재원도 갖고 있다.

새 길로 들어서려면 사규나 사원윤리규정 등을 제정해 김영란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힐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개인에게 금품을 매개로 로비를 하고 홍보를 하는 데서 벗어나,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설득으로 경쟁하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법망을 빠져나갈 편법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들통나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선택은 어리석은 일이다. 순리에 따르는 길은 앞장서는 게 옳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평일 골프장에 손님이 늘고, 고급식당에는 송년회를 9월로 앞당겨 예약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씁쓸한 일이다. 낡은 관행과 작별하는 진지한 의식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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