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해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감찰관의 특별감찰이 시작됐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 놀라울 뿐이다.
우 수석의 이런 버티기는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하지 말고 고난을 벗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나가길 바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교시’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격려에 따라 우 수석은 자신의 각종 비리를 ‘의로운 일’로, 안면몰수 버티기를 ‘소신’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를 부당한 ‘고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뻔뻔히 자리를 지키는 심리상태를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우 수석에게 묻겠다. 우 수석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는 소유 차량이 한 대도 없다고 해 놓고서 실제로는 자신의 가족회사인 ㈜정강이 리스한 시가 2억원대의 최고급 승용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등을 아파트에 등록해 놓고 굴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의 업무용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은 우 수석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09년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법인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사용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다른 사람이 법인 재산을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자신이 하면 의로운 일인가.
실정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우 수석의 비리 의혹은 그뿐만이 아니다. 경기 화성시는 우 수석 부인이 소유한 동탄면 밭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농지법 위반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더욱이 이 밭은 우 수석의 부인과 자매들이 사들이면서 공시지가보다도 더 싼 값으로 매입가를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밭 주변에 있는 1500여평의 다른 논밭이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부동산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공직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런 비리가 드러나면 우 수석은 검증 책임자로서 그것을 의로운 일이라고 칭찬할 텐가. 이것은 코미디가 아니라 나라의 비극이다. ‘고난을 벗삼아’ ‘당당한 소신’ 따위의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우 수석의 행위는 의로운 일이 아니라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범법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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